천재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— 천재의 몰락이라니 참으로 거창하고도 도발적인 제목이지만, 누구나 어떠한 ‘천재’를 내 안에 그려보곤 했고, 크든 작든 그 미래에 대한 어떠한 믿음이 ‘몰락’하는 수순을 밟아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.
그리고 참으로 얄궂게도, 가장 빛나야 할 가장 젊은 날에 그러한 몰락을 우리는 필연적으로 겪어내야 하는 듯합니다.
나는 내 기대만큼 특별하지 않다는 깨달음, 나보다 더 반짝이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는 일, 쫓기듯 달려왔고 어른은 되었지만 난 여전히 길을 잃은 아이에 멈춰있는 듯한 기분, 그저 기다리고 버텨내야 하는 침묵과 무응답의 나날들 — 우리의 젊은 날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 그런 시간들인 것만 같습니다. 가장 형형한 젊음 속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질문들만이 메아리칩니다. 그러나 그 끝에는 결국 희미한 답의 조각이 보일락 말락도 합니다.
20대를 돌아보며, 제게도 마찬가지로 찾아왔던 그런 모든 순간들을 포착해 이 앨범에 담았습니다.
어린 날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며 어른의 문턱에서 겪는 성장통. 내가 어쩌면 할 수도 있었던 모든 것, 내가 혹시나 될 수도 있었을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환상통. 그러나 그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아픔조차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고 믿고 고작 35분의 음악으로 옮겨내어 보는 일뿐이었습니다.
흔해 빠져 새삼스럽지도 않은 한 젊은 날의 몰락을, 그러나 저만이 써내릴 수밖에 없어 하나뿐이기도 한 이 10편의 실패담을 여러분께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.
